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과 독립의 함성이 공존하는 곳…
아이와 함께 걷는 ‘다크 투어리즘’, 군산 근대문화역사 거리
2026년 3.1절을 앞두고, 거리 곳곳에 태극기가 걸리기 시작했다. 이번 3.1절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조금 특별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도시 전체가 193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곳, 전라북도 군산이다.
화려한 고층 빌딩 대신 낡은 일본식 가옥과 빛바랜 간판들이 늘어선 이곳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픈 역사와 치열했던 독립운동의 숨결이 동시에 서려 있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다.
◇ 쌀을 빼앗아가던 슬픈 다리, ‘뜬다리 부두(부잔교)’
군산 내항에 들어서면 바다 위에 떠 있는 독특한 구조물을 볼 수 있다. 바로 ‘뜬다리 부두(부잔교)’다.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신기한 다리로 보일 수 있지만, 이곳에는 우리 민족의 눈물이 배어 있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서해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다리는, 조선의 쌀을 일본으로 더 빠르고 많이 실어나르기 위한 수탈의 도구였다. “이 다리를 통해 우리 농부들이 피땀 흘려 농사지은 쌀이 일본으로 빠져나갔단다”라고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다리 위에 서서 100년 전 항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역사의 무게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 적의 재산이 남긴 교훈, ‘히로쓰 가옥’과 ‘동국사’

근대역사박물관을 지나 걷다 보면 일본식 목조 건물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곳이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구 히로쓰 가옥)’이다.
붉은 벽돌 담장과 잘 가꿔진 일본식 정원, 다다미방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는 당시 군산의 경제권을 쥐고 있던 일본인 지주들의 부유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바로 근처에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도 있다.
화려한 일본식 건물과 대비되는 조선인들의 가난했던 삶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왜 이 아픈 유산(적산·敵産)을 없애지 않고 보존하고 있는지, ‘역사를 잊지 말자’는 교훈을 아이들과 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 “대한독립 만세!” 한강 이남 최초의 함성
군산이 수탈의 도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군산은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3.1 만세 운동(3.5 만세 운동)이 일어난, 항일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안에는 당시 치열했던 독립운동의 현장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다.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쳐보거나,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는 체험을 통해 아이들은 3.1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이번 주말, 193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기억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어떨까. 낡은 골목마다 새겨진 역사의 흔적들은 그 어떤 교과서보다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Check Point] 군산 시간여행 100배 즐기기
- 스탬프 투어 도전!
-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스탬프 투어’ 지도를 챙기세요. 미즈카페, 구 군산세관, 초원사진관 등 주요 명소를 돌며 도장을 찍는 재미에 아이들이 걷는 것을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 영화 속 주인공처럼, ‘초원사진관’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은 필수 포토존입니다. 역사 탐방 중간에 잠시 들러 레트로 감성의 가족사진을 남겨보세요.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 여행의 묘미는 먹거리!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인 ‘이성당’이 근처에 있습니다. 단팥빵과 야채빵을 맛보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자료참조=군산시 문화관광, 군산근대역사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