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전면 시행, 사라지지 않은 돌봄의 책임

정부는 2023년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초등 저학년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맞벌이 가정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늘봄학교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돌봄 공백은 해소되었을까?

초등학교 1학년은 ‘워킹맘의 무덤’이라 불린다. 낮 12시 30분이면 하교하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들이 부지기수였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늘봄학교’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가 아이를 책임져 주겠다는 약속. 표면적으로만 보면 ‘돌봄 절벽’ 앞에 선 엄마들에게 내려온 동아줄처럼 보인다.

하지만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된 지금, 돌봄 공백이 해소되었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정부는 ‘운영 시간’을 늘렸다고 홍보하지만, 부모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시간의 양’이 아니라 ‘돌봄의 질’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의 공간적·인적 한계’이다. 교육 공간으로 설계된 교실은 아이들이 하루 12시간을 머물며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삭막하다. 편히 뒹굴 수 있는 매트 하나 없이 딱딱한 책걸상에 앉아 시간을 때우는 것이 과연 ‘돌봄’일까, 아니면 ‘수용’일까. 아이를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이는 교육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서글픈 민낯이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돌봄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정서적 안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늘봄학교가 방과후·돌봄을 통합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구조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아이의 피로도, 관계 형성, 놀이와 쉼의 균형은 여전히 부모가 개별적으로 점검해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늘봄학교는 분명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제도의 전면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학교가 운영하는가’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의 삶이 실제로 나아졌는가’를 점검할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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